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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린스는 로드니가 옆에서 작게 코를 고는 소리를 들으며 뜬눈으로 밤을 새웠다. 충분한 시간을 들여 따뜻한 물로 씻고 나왔는데도 새하얗게 질린 얼굴에는 좀 처럼 혈색이 돌아오지 않았다. 거실로 나와 창문 앞에 서서 흐릿한 건물의 형체 너머로 해가 떠오는 것을 지켜 보고 있으려니 호텔 문가에서 인기척이 느껴졌다. 호텔 직원이 문밑으로 아침신문을 밀어 넣어 주고 있었다. 아마도 미리 파리어가 요청해 놓았던 것이 거나, 스위트룸에 포함된 서비스일 것이다. 콜린스는 문 가에 가서 신문을 집어 들고 펴 보았다. 여러 가지 기사들을 읽으며 신문을 넘기다 한 면에서 멈추고는 입술에 힘을 줬다. 빠르기도 하지. 콜린스는 신문에 실린 자신의 모습을 내려다 보았다. 옆에 선 파리어가 자신의 등 허리에 손을 얹고 웃고 있었다. 도대체 언제 찍었을까. 기사 내용은 읽고 싶지 않았다. 뻔한 말들이 잔뜩 쓰여 있을 테고, 어느 것 하나 콜린스에게는 옳지 않게 느껴질 거였다. 사진은 기묘해 보였다. 자신과 파리어는 서로를 보며 웃고 있었는데, 어찌나 다르고 동떨어져 보이는지. 콜린스는 다른이들이 왜 그토록 자신을 희한하게 생각하는지 이해가 되었다. 사진안에 나란히 마주 보고 서 있는 두 장교의 모습이 이렇게 이상할 수가 있을까. 파리어는 언제나 처럼 멋지게 나왔고, 흑백 사진 속에서도 행사장은 충분히 멋들어져 보였으며, 화려하게 차려입고 서 있는 주변 사람들 모두 그림같이 잘 어울렸다. 이상한 건 오직 자신 뿐이었다. 이상해. 뭐 하나 제대로 된 게 하나도 없이, 언젠가 거울에 자신을 비춰보며 느꼈던 온통 낯설고 거짓된 모습만 보였다. 파리어는 도대체 뭐가 이렇게 즐겁고 행복해 보일까. 그가 자신에게서 뭘 보고 웃고 있는지 알 수가 없었다.

-...잘 나온 사진이구나.

콜린스는 깜짝 놀라 고개를 들었다. 자신의 어깨 너머로 제임스 형이 신문을 내려다 보고 있었다. 잘 나왔다고? 얼마나 기괴하고 어울리지 않는 모습인지 안 보이는 걸까. 막냇동생을 향한 무조건적인 애정과 딱한 처지인 자신을 향한 동정심이 그의 눈을 가린 걸지도 몰랐다.

-널 몹시 생각하는 것 같던데.

제임스 형이 사진 속의 파리어를 보며 말했다. 그래요, 참 신기한 일이죠. 콜린스는 속으로 중얼 거렸다.

-너는 어떠니? 그가 널 제대로 대해 주고 있는 것 같아?

콜린스는 미간에 살짝 힘을 줬다. 어떤 것이 제대로 자신을 대해 주는 것일까. 기준이 애매했다. 콜린스 존재 자체가 애매한 것 처럼. 망설이다가 조심스럽게 대답했다. 

-응. 잘 해줘.

자신의 입에서 나온 목소리는 잔뜩 갈라지고 잠겨 있어서 콜린스는 급히 목을 가다듬었다. 제임스 형이 자신을 뚫어져라 보고 있는 시선이 느껴졌다.

-…행복해?

그 말에 콜린스는 고개를 들고 제임스 형을 올려다보았다. 자신을 보고 있는 제임스의 시선에 왠지 모르게 울컥해서 먼저 고개를 돌려 버렸다. 망할 신문 기자들 같으니라고. 콜린스는 저 아래 쯤 바바라와 자신이 다정하게 팔짱을 끼고 있는 사진을 내려다 보면서 속으로 욕지거리를 삼켰다. 커다란 손이 콜린스의 뒤 머리를 다정하게 쓰다듬었다. 

-...아침 먹어야지. 잭. 신문은 그만 보고 로드니를 깨워. 

콜린스는 재빨리 신문을 테이블에 던져놓고 방으로 들어가 자꾸만 침대에 달라붙는 로드니를 깨웠다. 얼마 안 돼 콜린스 가 사람들로 응접실이 어수선해 졌다. 이른 저녁부터 계속 호텔 방 안에 있었으므로 모두가 좀이 쑤신 것 같았고, 식당으로 내려가 아침 식사를 하고 싶어 했다. 콜린스는 아마도 아침까지 호텔에 기자들이 남아 있을 것 같지 않았으니 흔쾌히 그러자고 했다. 그렇게 정해지자 모두가 한층 얼굴이 환해졌다. 콜린스 가족들은 침대에서 아침 식사를 받는 것을 죄악으로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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