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앙 하는 요란한 소리에 토마스는 정신이 들었다. 자신의 머리를 쓰다듬는 작은 손이 느껴졌다. 소피아가 울고 있었다. 아...소피. 소피..무사했구나. -...젠장할! 당장 튀어 오지 않으면 다시는 너 안 볼거야! 잔말 말고 시발 튀어오라고! 시야가 마구 흔들리며 덜컹였다. 푹 젖은 금발 머리가 차 시트 너머에서 열을 뿜어내고 있었다. 익숙한 목소리가 낯...
새까만 밤 하늘에 구멍이라도 난 것 처럼 장대 같은 비가 쏟아져 내리고 있었다. 굵은 빗방울이 우비를 때리면서 요란한 소리를 냈다. 단단히 여몄는데도 이처럼 거센 빗 속에서는 우비가 별 소용이 없었다. 벌써 부터 제복 여기저기가 젖어 들고 습기가 차 올라서 찝찝하기 그지 없었다. 콜린스는 몸에 베인 동작으로 별 성의 없이 자신의 앞에서 빵빵 거리는 차에게 ...
토마스의 학교생활은 나쁘지 않았다. 좋다고 할 수도 없었지만, 그래도 집에 있는 것보다는 훨씬 나았다. 학교엔 자신 또래 아이들이 우글거렸고, 적당히 그들 속에 섞여 있으면 어떤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누군가의 발소리에 온 몸을 긴장 시키거나, 작은 욕지거리에 근육을 팽팽 하게 만들 필요도 없었다. 왠만해서는 아무도, 아무도 토마스에게 신경쓰지 않았다. 토...
콜린스는 제 앞의 광경을 경이롭게 바라보았다. 시선을 돌리자 제 옆자리에 앉은 알렉스도 입까지 벌린 체 눈앞의 장면에 정신이 팔려 있었다. 콜린스는 테이블 아래로 그의 무릎을 툭 치고는 픽 웃으며 제 접시로 시선을 내렸다. 수인들이 일반인들보다 훨씬 식사량이 많다고 듣긴 했으나 실제로 수인의 식사 장면을 지켜보는 것은 처음이었다. 한참 성장기 소년인 토마스...
최악의 커피야. 정말이지 더럽게 맛없는 커피였다. 콜린스는 속으로 투덜거리면서 다시 커피를 한 모금 물었다. 이 끔찍한 맛의 커피를 홀짝이는 것 말고는 당장 달리 할 일이 없었다. 파트너인 알렉스와 경찰차 안에서 실없는 우스갯소리를 주고받으면서 커피를 마시는 일은 이제 일상이 되었다. 두 사람이 경찰 학교를 졸업하고 베이비시터가 필요 없는 ‘진짜’ 경찰관이...
제가 말했죠? 사람 일은 정말 모르는 거랍니다. 정말로요. 저는 제가 진짜로 어릴 적 부터 궁금해 하고 꿈에 그리던 이 그린 하우스 홀에서 살면서 일 하게 될줄은 몰랐어요. 그리고 흉흉한 소문이 돌던 우리 콜린스 주인님을 이토록 사랑하게 될 줄도 몰랐고요. 그분이 종종 런던이나 바깥에 일이 있어 외출 할 때마다 저를 위해 선물을 사다 주신 덕에 제 작은 방...
미스 제니퍼 올슨 그날은 날이 무척 좋았어요. 새벽같이 일어나 계란을 가지러 닭장으로 가는 길에는 구름이 변덕을 부리지도, 안개도 깔리지 않았고요, 잔디에 맺힌 새벽이슬 말고는 신경 쓰이는 것이 전혀 없었거든요. 아침 바람에 사과 꽃 향이 실려 왔었죠. 제가 일 하는 저택은 굉장히 넓은 사유지의 가장 높은 지대에 있어요. 그래서 저택 뒤쪽으로 나오면 얼마간...
34 낡은 프랑스 항공기는 비행 하는 동안 끊임 없이 불길한 비명을 질러대고 있었다. 꼭 당장이라도 힘없이 아래로 아래로 고꾸라질 것 같은 비행기의 상태 때문이 아니라도 기체 안은 공포와 불안으로 가득 차 있었다. 어두운 기내 안에 빼곡히 앉아 있는 사람들 대부분은 우울한 침묵을 고수 중이었지만 귀를 찢어발길 것 같은 기체의 소음이 잦아들 때마다 조용히 흐...
33 콜린스는 오랜만에 꽤 들떠 있는 상태였고, 아가사 마저 신나 하며 새벽같이 일어나 정원과 온실에서 온갖 꽃들을 꺽어와 이제는 콜린스 전용이 되어버린 작은 응접실을 공들여 장식했다. 그리고 오늘 오는 손님을 위해 특별히 다과에 신경 쓰도록 지시하고 집안 곳곳을 털고, 쓸고 닥도록 시켰다. 파리어 부인도 제일 좋은 손님 방을 골라 놓았고, 콜린스에게 오늘...
32 런던 부촌 저택들은 폭격을 맞아 커다랗게 구멍이 나고 무너져 새까맣게 그을려 있었다. 어떤 구역은 불행하게도 거의 완전히 형체를 알아볼 수 없었다. 거리의 입구서부터 구조 작업이나 화재 진압을 위해 사람들이 바쁘게 돌아다니고 있었고, 구급차와 경찰차들, 방위대들이 드나들고 터진 파이프에서 쏟아진 물 때문에 도로는 어수선했다. 콜린스는 꽉 막힌 도로에 ...
31 파리어는 자신의 입김 때문에 뿌옇게 흐려지는 어두운 시야 속에서 언젠가의 기억을 떠올렸다. 그날따라 하늘엔 구름 한 점 없었고, 높이 뜬 햇빛 아래 모든 게 무척이나 선명한 색을 띄고 있었다. 몇 달 전에 새로 보수해 깐 활주로에서 아지랑이가 피어오르고 겨울이 끝나가며 날은 부쩍 따뜻해져 갔다. 정오가 가까워 질 수록 햇살은 더욱더 밝게 타올랐고 막 ...
30 꿈속에서 콜린스는 파리어의 목소리를 들었다. 끊임없이 자신의 이름을 속삭이는 제 알파의 목소리. 콜린스! 콜린... 콜린스는 그 목소리로 부터 도망쳤다. 그러나 아무리 달려도 계속해서 파리어의 목소리가 들렸다. 콜린스는 목소리가 자신을 따라잡을 까봐, 파리어와 얼굴을 마주보게 될것이 겁이 났다. 지금의 자신을 보고 무슨 말을 할지 무서웠고, 그의 얼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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