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 콜린스는 벽난로에서 넘실거리는 불꽃을 바라보았다. 비정상적으로 억눌린 채 마비된 것 같았던 감정들은, 조용한 방안에 혼자 남겨진 것이 확실해 지자 둑이 터진 것 처럼 끊임없이 흘러넘치기 시작했다. 콜린스는 손등과 손목으로 쉴세 없이 젖어 드는 볼과 턱을 쓸었다. 들이 쉬는 숨과 눈물은 사치스러운 자기연민 처럼 느껴졌고 자신에겐 그럴 자격이 없다고 여겨...
28 캐서린은 어디선가 가져온 매트리스와 적당한 가구를 겹쳐 대충 만든 침상 위에서 시체 처럼 창백한 얼굴로 미동도 없이 누어 있는 콜린스를 한참이나 내려다 보고 있었다. 주변은 빽빽하게 방을 채우고 있는 환자들의 약한 신음과 기침 소리를 빼면 조용했다. 자정이 훨씬 넘어 바깥은 어두웠고, 병실에는 최소한의 촛불만 밝혀져 있었다. 끊어진 전기 문제는 내일 ...
26 노이만 대령은 제 부관이 가져온 것에 함박웃음을 지으며 그의 노고를 한껏 치하 했다. 용케 영국에서도 인기가 많아 구하기 어렵다는 엽서들과 잡지 몇 권, 최근 신문을 가져왔다. 엽서는 조악한 수준의 그림이었지만 잡지에 실린 사진과 꽤 근사하게 비슷했다. -…이게 그 파리어 대위의 오메가 인가? 부관은 어디서 이야기를 들은 것인지 파리어 대위가 일으킨 ...
26 노이만 대령은 깊은 근심에 잠겨 창밖을 내다보고 있었다. 밖의 풍경은 평화롭고 아름다웠다. 이 고풍스럽고 화려한 프랑스의 대 저택을 점거 하면서 쳐놓은 철조망과 바리케이드들이 삭막하게 신이 만든 예술적인 풍경을 해치지 않았다면 정말 그림 같았을 것이다. 노이만 대령이 사무실로 쓰고 있는 서재의 창문에서는, 멀리 숲 하나를 건너 독일군이 포로수용소로 쓰...
25 콜린스는 바다로 다시 한번 추락했다. 기체 어디선가 연기가 솟아나고 있었고, 매캐한, 타는 냄새가 강하게 났다. 콜린스의 심장이 미친 듯이 뛰었다. 만약 연료탱크가 세 불이 옮겨붙는다면 콕핏 안은 순식간에 불덩이가 될 것이다. 설상가상으로 조종간이 말을 듣지 않았고, 기체는 추락하며 바람개비 처럼 팔랑이며 마구 돌아가고 있어 시야가 어지러웠다. 콜린스...
24 -...그 사람인가 봐요. 피터가 선장실에 서서 키를 잡고 전방을 주의 깊게 보고 있는 아버지에게 말했다. -무슨 소리냐? 그 사람이라니? -…오메가 공군 장교요. 얼마전 부터 신문이랑 라디오에서 떠들어 대던, 파리어가 아들이라던가, 그 엄청 유명한 알파 장교 있잖아요. 그 사람이랑 본딩 했다던 남성체 오메가요. 피터는 말 없이 서 있는 아버지의 등을...
23 날씨는 계속해서 매우 좋지 않았다. 강수량은 늘어나기만 하고 두텁고 낮은 구름이 하늘을 덮고 있었다. 강한 돌풍이 불어 닥쳐서 당분간 어떤 공군 기지에서도 항공기가 뜨지 않았다. 기지 내는 내내 긴장 상태였다. 대기 명령이 떨어진 것이 해제 되지 않고 있었다. 뭔가가 곧 일어날 거라는 소문이 돌았다. -뭐 때문에 대기 명령이 떨어졌다고 생각해? -프랑...
21 콜린스는 로드니가 옆에서 작게 코를 고는 소리를 들으며 뜬눈으로 밤을 새웠다. 충분한 시간을 들여 따뜻한 물로 씻고 나왔는데도 새하얗게 질린 얼굴에는 좀 처럼 혈색이 돌아오지 않았다. 거실로 나와 창문 앞에 서서 흐릿한 건물의 형체 너머로 해가 떠오는 것을 지켜 보고 있으려니 호텔 문가에서 인기척이 느껴졌다. 호텔 직원이 문밑으로 아침신문을 밀어 넣어...
20 콜린스는 문을 연 사람을 보고 그대로 얼어 붙었다. 전혀 예상치 못한 놀라움과 얼떨떨함으로 머뭇거리는 동안 그리운 얼굴이 먼저 콜린스를 부서져라 꽉 끌어안았다. -이야! 잭 이 자식! 이게 얼마 만이야, 내 베이비 브라더! -로드니 형…?! 콜린스 역시 와락 제 형을 마주 끌어안았다. 그들은 꽤 오랫동안 서로를 끌어 안은 채 문 가에 서 있었다. 가장...
19 콜린스는 남자의 이름을 듣지 못 한 것이 신경 쓰였다. 파리어 만큼이나 강한 알파라면 분명 사교계 사람들이 그에 대해 수군거릴 것이며 당사자가 원하든 원하지 않든 유명세를 얻고 있을 것이 분명 할 텐데, 이제까지 그런 이야기는 한 번도 들어보지 못 했다. 런던의 상류 사회, 사교 모임에서 칭송 받고 언제나 동경과 은근한 질시가 섞인 말들에 등장 하는 ...
18 콜린스는 굳은 얼굴로 아랫입술을 잘근잘근 깨물며 인파를 헤치고 행사장을 가로질렀다. 그 천박한 프랑스 귀족에게 더 제 성질대로 쏘아 줄 수 있었다면 좋았을 텐데. 가슴이 콱 막힌 것 같은 불쾌한 기분은 꽤 오래 갈 것 같았다. 엄연히 영국 왕실의 공군 제복을 차려입은 장교를 앞에 두고, 전시에 군 장교들을 위로하고 치하하기 위해 열린 파티에서 그런 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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